우리 부부가 부모님과 합가를 하면서부터 복날을 그냥 넘기면 왠지 눈치가 보인다.

부모님을 모시고 주로 가는 코스는 약간의 드라이브를 곁들인 청송 달기약수터다.

초복인 지난 일요일에도 달기약수터 초입의 약수식당을 찾았다.

주문한 음식 역시 변함 없이 닭백숙이다.

 

이집 백숙은 토종닭과 한약재와 마늘, 녹두, 찹쌀 등을 넣어 푹 고아낸 후에 닭을 먼저 건저 손님상에 올리고 남은 찹쌀과 국물로 죽으로 만들어 제공된다. 농촌지역이라서인지 모르겠으나, 각종 나물과 김치 등 밑반찬도 넉넉하다.

 

음식이 나오자 아버지와 나는 일단 주메뉴인 고기를 한점 덜어 맛을 본다.

닭고기 맛을 보면서 맞은편을 보니 어머니는 나물반찬을 맛보고 계셨고, 내 안사람은 목장갑과 비닐장갑을 끼면서 닭을 분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잠시 후 닭을 고은 국물과 찹쌀로 만든 죽이 각자에게 제공되었다.

푹 고은 닭을 씹으면서 가족들이 먹는 모습을 틈틈이 관찰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치아를 대부분 빼고 틀니를 하신 탓인지 육질이 단단한 부위는 잘 드시지 않는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앞접시에 육질이 연한 부위를 덜어드렸고, 아버지께서는 이것을 반찬 삼아 죽을 드신다. 죽 한 숟가락에 닭고기 한 점, 다음에는 죽 한 숟가락에 다른 밑반찬 한 점의 비율이다.

 

다음은 내가 먹는 방식이다.

먼저 넓은 접시에 제공된 삶은 닭고기를 4분의 1로 나눈 양과 내 앞에 있는 죽의 국물을 제외한 찹쌀의 양을 비교해 보았다. 개략적으로 1:1의 비율은 되어 보였다.

식사 한 끼 하는데 뭘 그리 비교 분석하느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내 짐작을 믿고 죽과 고기, 밑반찬을 1:1:1의 비율로 섭취했다.

 

나의 안사람은 아버지와 비슷하다.

죽을 먹으면서 한 번은 닭고기 한 점을, 다음 한 번은 밑반찬 한 점을 먹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방식이다.

일단 주메뉴가 나오기 전에 상차림과 함께 제공된 약수를 2잔이나 마시셨다. 하긴 뭐 달기약수는 위장병, 빈혈 치료 등 건강에 좋으니 많이 드셔도 나쁠 것은 없다. 죽이 제공되자 어머니께서는 다른 식구들과 달리 주로 밑반찬으로만 죽을 드신다.

"산나물이 참 맛있네"라며 나물만 드시는데, 어느 정도인고 하니 나로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두 종류의 나물반찬을 각각 클래어하시고, 두 가지 모두 리필까지 해달라 하시고는 리필받은 접시까지 거의 마무리를 하신다.

그렇게 나물반찬으로 식사를 마치시고는 배가 불러 더 못 드시겠다고 하신다.

 

아버지와 내가 식사를 마친 후, 테이블 중앙에 놓인 넓은 접시에는 닭고기가 한 사람의 반찬 분량에서 약간 못미치는 정도가 남았다.

내가 좀 많이 먹고, 아버지와 안사람은 좀 적게 먹고, 어머니는 거의 드시지 않은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어머니께서는 내게 남은 고기를 다 먹을 것을 권하신다.

하지만 난 배가 부르다.

내가 배가 불러 더 못먹겠다고 하자, 어머니께서는 그제서야 남은 고기를 드신다.

잠시 후 고기접시는 깨끗이 비워졌다.

배가 불러 더 먹지 못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은 믿으면 안된다.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만 배가 부르시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한일관계에 관해 묻는 일본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일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망가졌다",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되는데 어떤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의 답변취지는 현재와 같이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이 오로지 이 정부 탓이라는 것이다. 이날 부모님을 모시고 지방에 내려가 국도변의 작은 식당에서 유튜브를 켜놓고 점심식사를 하던 필자는 윤 전 총장이 답변하는 것으로 보다가 씹던 밥알을 뿜을 뻔 했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한일관계 악화는 2012년과 2018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생긴 것인데,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다는 자가 이러한 사실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죽창가를 이념편향적이라고 폄하하다니, 영상을 보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죽창가는 김남주 시인이 동학농민운동과 전봉준 장군을 기리기 위해 노랫말을 만든 곡으로 항일의지를 담고 있다. 이 노래가 이념편향적이라면 도대체 윤 전 총장의 이념은 어느 쪽에 치우쳐 있단 말인가. 친일의 입장에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더구나 윤 전 총장이 이날 대권 도전을 선언한 장소가 어떤 곳인가. 바로 윤봉길의사 기념관이다. 윤봉길, 이 분은 1932년 4월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 및 전승기념식에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성공시킨 독립운동가이시다. 이 분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관에서 감히 한일관계가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망언을 하다니. 이 정도면 역사의식은 물론 정무적 감각까지 제로다. 여당을 지지하는 여러 사람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보고 안심이 된다고 평가한 이유가 이해된다.

 

죽창가를 들을 수 있는 SBS 드라마 '녹두꽃', 사진출처 SBS 홈페이지

 

구글뉴스 초기화면에 들어갔다가 평소 보지 않던 매일경제의 사설 제목에 낚이고 말았다.

2021년 06월 29일 0시경 입력된 사설, 제목은 "현 정부 사정기관장들이 야권 대선 후보로 뛰어드는 현실"

 

사설은 이 정부 감사원장으로 있던 최재형이라는 자가 28일 사의를 표명한 것과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현 상황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중립을 갖춰야 할 감사원장이 물러나자마자 선거에 나서는 것은 정상이 아니고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기는 하나, 현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이 그를 정치판으로 떠민 것이란다.

원전을 폐쇄하는 과정에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을 밝혀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사원의 업무임에도 여권으로부터 과잉감사를 했다는 공격을 받고,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직권남용으로 고발돼 공수처 수사까지 받을 처지가 되어 정치판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 사설 쓰신 양반의 논리대로 한쪽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또한 고발,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정치판에 나서야 한다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진작에 정치판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사설 쓴 기XX도 엥간히 자신은 없었는지 모양이다.

감사원장, 검찰총장을 지낸 자들이 연달아 범야권 유력(?) 대선 후보로 정치행보에 나서는 것이 이들의 권력욕 탓인지, 이들을 정치판으로 내몬 현 정부의 잘못 탓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해야 할 일이라며 마무리를 지으니 말이다.

좋다, 원하는 대로 판단을 해주지.

전 감사원장, 전 검찰총장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것은 이들의 권력욕 탓도 아니고, 현 정부 탓도 아니다. 그동안 이들을 유력 대선주자 후보로 포장해 온 언론 기사와 언론의 부추김에 부화뇌동한 그 당사자들의 아둔함 때문이다. 

 

 

 

대한민국 감사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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