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한겨레 기사 내용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힙합가수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힙합가수 '블랙넛'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다.
한겨레 기사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0546.html
‘힙합가수 키디비 성적 모욕’ 블랙넛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대법원 “힙합 음악 이유로 모욕 행위 용인 안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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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 힙합가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고소를 하고 또 그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갔을까?
대법원 판결에 기재된 사실관계는 이렇다.
사건의 개요와 공소사실
피고인은 '블랙넛'이라는 예명을, 피해자는 '키디비'라는 예명을 각각 사용하는 힙합가수로 2015년경 한 차례 인사를 나누었을 뿐 특별한 친분은 없었다고 한다.
피고인은 2016년 2월 13일과 2016년 9월 9일 공연장에서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에는 '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딸 쳐봤지, 물론 보기 전이지 언프리티'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 부분에서 손으로 OO행위를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다음 해인 2017년 4월 30일 피고인은 '걍 가볍게 딸감, 물론 이번엔 키디비 아냐, 줘도 안 처먹어, 니 OO(B로 시작하는 영어 욕설)는 걔네 면상, 딱 액면가가 울 엄마의 쉰 김치'라는 가사가 포함되어 있는 노래 '투 리얼(Too Real)'를 작사하여 발매했다.
피고인은 2017년 5월 7일 'I respect for my unnie'라는 문장을 반복하여 쓴 다음, 그 위에 '김치녀'를 의미하는 김칫국물을 떨어뜨린 후 이를 촬영하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뒤 피해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해시태그했다.
피고인은 2017년 7월 1일 공연장에서 힙합가수 100명의 이름을 나열하는 '100'이라는 노래를 부르던 중 '키디비'가 등장하는 가사 앞에서 갑자기 노래를 멈춘 후 "저는 더 이상 래퍼새끼들한테 관심이 없어요, 저는 관심 있는 것이 따로 지금 생겼거든요. 여기서 제가 문제 하나 내 볼게요, 과연 블랙넛은 어떤 여자랑 처음 잤을까요?"라는 말을 한 다음 "누가 나의 처음 상대일지 너무 궁금해, 어떤 여자일까, 내 OOOO(남자의 성기를 뜻하는 속어)는 매일 꿈을 꾸네"라 했다가, 같은 해 9월 28일에는 공연장에서 동일한 노래를 부르던 중 '키디비'가 등장하는 가사 앞에서 갑자기 노래를 멈춘 후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어 욕을 하는 행동을 하였다.
소송경과
1심 법원은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의 형을 선고하였으나, 피고인이 항소하였고, 2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하자, 피고인이 상고를 하였다.
피고인(블랙넛)의 상고이유
1. 위 각 노래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고, 성적 매력을 표현한 것일 뿐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2. 힙합에서는 특정인을 직접 언급하는 가사는 물론, '디스(diss)'라 하여 타인을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등의 공격적인 표현 역시 자주 사용되어 왔고, 이러한 예술적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 사건 노래 가사 일부에 외관상 저속하고 불쾌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힙합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모욕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이다.
대법원의 판단
1. 가사 내용, 공연 상황, 고소 경과 등을 종합하면 표현의 대상을 '키디비'로 특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가사 자체가 저속하고 피해자를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으로서 피해자를 모욕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2.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표현들이 음악적 맥락에서 언급한 것이 아니고, 힙합의 형식을 빌렸을 뿐 성적 희롱에 불과하며, 이러한 표현이 피고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설령 필요한 측면이 다소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피해자의 명예가 침해되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힙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예술분야와 달리 위와 같은 행위가 특별히 용인된다고 볼 합리적 이유도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모욕의 고의가 인정되고, 이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3. 이 사건 모욕죄 인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이다.
대법원 판결은 6월의 징역형 집행을 2년 동안 유예한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을 확정한 판결이므로, 블랙넛이 교도소에 갇히게 될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블랙넛은 160시간 동안 사회봉사만 하면 된다.
힙합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면 가사에 다소 공격적인 표현도 있고 심지어 욕설이 포함된 것도 있어서 이런 것들이 용인되는 장르라고 인식될 수도 있으나, 특정인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타당한 판결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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