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캔 스피크"
특히 예술과 문화쪽으로는 눈과 귀를 닫고 사는 나에겐 사전에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제목과 스틸사진으로는 단순한 코메디 영화인 것 같아서 무료한 토요일 오후에 한번 웃어 볼 의도로 골라 봤으나, 그런 의도와는 달리 영화 후반부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영화의 시작은 이십 몇 년 동안 구청에 무려 8천여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온 일명 '도깨비 할매'라 불리우는 '나옥분' 할머니와 이 구청 종합민원실에 새로 발령받은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박민재'와의 만남이다.
나옥분 할머니가 민원실에 수십 건의 민원을 한꺼번에 제출하면 구청 민원실 직원들은 이런 표정을~~~
나옥분 할머니는 잦은 민원제기로 구청 민원실 공무원들이 1순위로 꺼리는 진상주민이면서도 영어를 너무나 간절히 배우고 싶어한다.
할머니는, 새로 발령받은 9급 공무원 박민재가 민원실에 용무가 있으면 일단 번호표를 뽑아라는 등... 원칙과 절차를 이유로 분위기 파악을 못하자, 혼자서 수십 장의 번호표를 뽑아 민원제기를 독점하는 등의 방법으로 길들이기를 한다.
그러나 다른 수강생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이유로 영어학원에서 강제 환불을 받고 쫓겨 난 어느 날, 할머니는 같은 학원에서 박민재가 다른 영어 강사와 원어민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고, 박민재에게 자신의 영어 선생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토익 950점의 구청 공무원 박민재는 옷수선점을 운영하는 나옥분 할머니에게 1:1로 영어 수업을 한다.
할머니의 요청을 수락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박민재는 처음엔 요청을 거절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할머니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되고, 통상적인 영화의 스토리가 그러하듯이 갈등도 생기게 되고, 또 할머니가 제기했던 민원의 처리문제로 이들 사이의 영어수업도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
영화의 반전은 나옥분 할머니가 그토록 간절하게 영어공부에 매달리게 된 이유가 밝혀지면서부터이다. 할머니는 취직을 하기 위해서도, 미국에 있는 남동생을 만나기 위해서도 영어를 배우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역사를 왜곡하는 어떤 뻔뻔한 어떤 놈들에게 대항해서 실제 사실을 증언하고 그놈들에게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놈들이 누군지는 굳이 밝히지 않겠다. 영화 스포일러는 하기 싫으니...
이 사진이 스포일러가 된 듯 하다.
할머니는 느리지만 단호하고 명확한 영어로 미국 의회에서 일제의 만행에 관해서 진술한다.
나옥분 할머니의 진술이 끝나자 일본측 인사를 제외한 모두가 기립박수를 친다.
영화 초반 민원제기 부분은 픽션인 듯 하나, 나옥분 할머니가 영화의 후반부에서 공개적으로 증언한 내용은 분명 사실이다. 물론 이 순간에도 어느 누군가는 이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서 우리의 나옥분 할머니는 7급 승진 시험에 합격한 박민재에게 당당히 말씀하신다. 이렇게...
“뉴스 봤냐? 아베 또 헛소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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